영화 히든 피겨스,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February 22, 2025

NASA에서는 싸는 오줌 색깔도 같다.
회사 선임분들과 식사를 하다가 영화 얘기가 나왔다. 서로 재밌게 본 영화에 대해 소감을 나누던 중, 이 영화 히든 피겨스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한 번 꼭 보길 바란다는 추천도 있어 궁금해졌다.
사실 이 영화를 아예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내가 내릴 정류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 버스 광고에서 처음 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도 관심이 있었지만 아쉽게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고, 이번 기회에 시간을 내서 보기로 마음 먹었다.
줄거리
NASA에서 전산직으로 일하는 흑인 여성 3 명을 주 인물로 다룬다. 소련과의 냉전시대에 급박한 우주 탐사 경쟁에서 고군분투 하는 NASA이다. 미국은 외부적으로 그렇게 소련과 대치 중이다.
한켠으로 이 주인공 3명의 입장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에 맞서야했다. 백인과 화장실을 따로써야하고, 버스에는 흑인 지정 좌석인 맨 뒤 칸에 앉아야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캐서린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800m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영화에 나온다.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회수하기 위해 더 정교한 수학 계산이 필요하게 된다. 캐서린은 우주선 발사궤적과 진입궤도 등을 계산하기 위해 수뇌부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계산을 정확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항공체 발사에 대한 메커니즘을 수학으로 풀어내는 재주를 증명해낸다.
한편 IBM이라는 이니셜로 불리는 기계, 컴퓨터가 NASA에 새로 들어오게 된다. 전산직 주임 역할을 해내던 도로시는 이 컴퓨터가 전산원들을 대체할 거라는 선견지명을 갖고 컴퓨터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영화에서는 포트란을 배우고, 동료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파해 NASA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앞장서게 된다.
매리는 NASA에서 엔지니어 직을 본격적으로 해내기 위해 자격을 찾게된다. 정식으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백인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 정식으로 재판을 받게 되고, 야간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허가를 받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생각
사실 현재 내가 AI 때문에 급변하는 시대에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도로시라는 인물이 유난히 관심이 갔다. 도로시는 다른 인물들처럼 원래 종사하는 일이 전산이기 때문에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었다. 이 때 도로시는 컴퓨터를 새로 배우는 것을 택했다. 도로시의 선택과 행동이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년의 나이에 변화는 힘든 선택일텐데, 도로시는 아랑곳않고 개발 언어를 배운다.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 도로시와 같은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등하지 못한 세상은 당사자에게 먼저 직접적으로 손실을 주겠지만, 이로인한 단절로 인해 당사자들이 세상에 영향을 끼칠 기회를 앗아갔을 수도 있다. 당장에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이 없었으면,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어떻게 끝났을 지 감이 안온다. 이 영화의 성공 스토리는 당시 시대의 흐름과 인물들의 의지가 잘 결합되어 생겨난 결과다. 만약 300 년 전, 똑같은 인물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한 항해경로를 계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공평하게 참여할 기회라도 가질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어쩌면 여러 시도들이 있었고, 묵살 당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여러 기회가 차별로 인해서 사라져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에 와서는 다행히도 기존의 차별들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적어도 버스 맨 뒤칸 흑인 전용 좌석은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새로운 증오를 만들어 시기하고 있다. 국가, 종교, 성별, 세대 등 오히려 전선은 더 늘어난 것 같다. 영화에서 NASA의 국장이 백인과 흑인의 사용여부를 가르는 화장실 팻말을 부시는 장면이 생각난다. 근데 일상에서 우리는 NASA의 국장일 필요는 없고, 단지 모든 차별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