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나쓰메 소세키, 마음
July 16, 2025

집 근처 혼자 공부하기 좋은 카페가 있다.
전구색 조명과 목재를 이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포근한 분위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쉬는 틈에 주변을 둘러보면 선반에 꽂혀 있는 책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낯익은 책 하나가 눈에 띄어 꺼내들었다.
줄거리
가마쿠라에 휴양을 온 학생과 어른이 만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생은 어른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라다니게 되고, 마침 서로 도쿄에서 지내다보니 돌아가서도 곧 보기로 기약한다.
학생은 선생 댁을 방문하는 것을 학업보다 더 공들이게 된다.
선생의 사상이나 지식이 훌륭하다는 생각도 하며, 왜 이런 사람이 사회에서 어떠한 일이라도 하지 않나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 선생은 따로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아내와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선생은 주기적으로 한 묘지를 방문한다.
학생이 묘지를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선생은 답을 하지 못했다.
고향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은 잠깐 내려가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쓰러지고, 학생은 고향에 더 체류할 수 밖에 없어진다.
선생에게서 편지가 왔고, 학생은 그 편지에서 이전에 답변을 받지 못했던 선생의 과거와 결심을 확인하게 된다.
리뷰
선생
선생은 두 부모님을 잃고난 후, 의지했던 친척의 배신으로 인해서 인간을 못 믿게 된 인간이다.
한 번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재산 분할에 대한 얘기를 깔끔하게 결정해 놓으라고 학생에게 조언한다.
그 순간에는 뜬금 없는 얘기에 놀랐지만, 학생은 선생의 자초치종을 알게 된 이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선생의 인간에 대한 혐오가 이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 했다.
<br/>선생은 사랑을 위해 친구 K를 배반하는 일을 저질렀다.
K는 본인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선생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r/>동족을 혐오하고, 한 인간을 파멸로 몰게 한 사람이 어떠한 모습일 것 같은가?
요근래 히어로물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이런 인간이 빌런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빌런과는 다르게 선생은 그저 세상을 등지고 출가하지 않는 사람으로만 보여진다.
대답 하나에 변하는 기분
마음은 예상치 못하게 움직인다.
적어도 선생은, K가 본래 사람을 사모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했다.
K는 철학이나 종교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본가가 불교 집안이라 정도를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런 K가 선생의 권유로 같은 하숙집에 머무르게 되었고,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게 되었다.
K가 선생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 지에 대해서 묻는 장면이 나온다.
스스로도 느끼는 감정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던 것 같다.
K는 자신의 마음을 몰랐다.
<br/>하필이면 선생 또한 하숙집 아가씨가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편집증적인 인간 불신으로, 혹시 이것 또한 계략인가 싶어 주저했다.
이전 친척처럼,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노리고, 하숙집 모녀가 이득을 보기 위해 꾸미려는 것처럼 느꼈다.
이것과 맞물려 궁한 생활을 하고 있는 K를 구원하고자, K를 하숙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이 일이 그토록 고통이 되는 일로 변모하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br/>아가씨가 K의 방에서 웃고 떠들 때, 선생이 느꼈던 감정은 질투였을 것이다.
비로소 K가 아가씨를 연모하고 있노라 고백을 했을 당시의 선생은 조바심을 냈다.
행동 하나, 답변 하나로 인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마음을 추적해본다.
[선생님과 나]에서는 학생의 시각으로 선생을 바라본다.
[선생님과 유서]에서는 선생님의 시각으로 K를 바라본다.
덕분에 독자들은 각 장에서 선생과 K의 의중을 관찰자 시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관찰자가 이해하는 그대로 논리를 따라가기에는 작품에 여지를 많이 남겨놨다고 생각한다.
<br/>이를테면 선생이 K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단정짓는 부분이 그렇다.
사실 선생은 K 못지 않게 선한 사람이다.
곧, 선생이 다른 누군가를 일부러 해코질할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이다.
K의 고백 이후 마음이 흔들려서, 아가씨와의 혼약을 앞서 차지하게 된 것의 동기는 단지 질투와 불안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으로 K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
<br/>그리고 나는 K의 시점에서, 선생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지 상상해봤다.
K는 선생과 아가씨의 결혼에 대한 소식을 듣고, 친구의 배반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까?
나는 K가 느낀 충격은 친구의 배반이 아닌, 친구의 희생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K는 선생의 연모에 대한 사실을 전혀 모를 만큼 그런 일에 대해서 둔감하다고 표현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들리는 K를 엇나가지 않게, 선생이 아가씨와 결혼을 하며 마음을 정리하게 도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러면 K는 더 이상 신세지지 않기 위해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했을 것으로 결론이 난다.
<br/>이렇듯 관찰자의 시점으로 최대한 단서를 모아 그 시선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헤아려 보아야했다.
그리고 마음이 그렇듯,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 답을 정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이 2 번 째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저번과는 다르게 인물들이 읽히는 듯 하다.
<br/>하지만 반대로 각 장에서 관찰자의 마음은 정말 세심하게 표현되어있다.
학생의 시점에서 선생에 대한 믿음과, 선생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가족에게서 느끼는 불편.
K와 아가씨 사이에서 이루어지던 은밀한 대화의 목격과 본인을 바보처럼 만드는 아가씨의 미소.
어쩐지 내가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에게 읽히는 듯, 작가는 각 장의 주인공에 대한 심리를 그럴 듯하게 묘사해 놓는다.
선생은 본인의 사상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유서를 통해 언급을 두려워했던 그의 경험, 즉 심장을 직접 갈라 학생에게 뜨거운 피를 적신다고 전한다.
선생의 사상이 된 경험을, 아버지의 위급한 병상을 뒤로하고 올라탄 열차 삼등석 칸에서 읽으면서 소설이 마무리된다.
마무리
"인간은 어떤 일이 닥치면 악인이 될 수 있다."라는 비슷한 말을 선생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언뜻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다라는 성악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이기적으로 되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의 자연스러운 설계가 아닐까.
라면서 억지로 변호를 해보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장 선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한 선택을 하겠냐라고 하면, 결국 선생의 판단이 옳을 것 같다.
<br/>이쯤되어서는 편지를 보고 난 이후의 학생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학생도 역시 선생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인간을 혐오하게 될까.
아니면 이제 곧 다가올 아버지의 죽음과 선생의 경험이 결합되어 학생은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게 될까.
<br/>이 리뷰를 마무리하기 전, 한 번 더 들춰본 책 내용 중 유난히 머릿 속에 맴도는 부분이 있다.
학생은 인간은 덧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경박함을 갖고 있어서 덧없다.
시지프스를 읽으러 가야겠다.